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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시설보다 빛난 '체계': 영국 RSPCA & Cats Protection을 가다

관리자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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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호시설에서 만난 '시설'보다 중요한 것   RSPCA와 Cats Protection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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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웨일즈에서 열린 국제고양이학회(World Feline Congress) 기간 중 iCatCare의 Yaiza Gómez-Mejías 박사의 안내로 영국의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인 RSPCA와 Cats Protection 보호센터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보호시설의 운영과 Shelter Medicine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지만, 실제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경험은 언제나 새로운 배움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방문 전에는 "영국 보호시설은 얼마나 최신 시설일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조금 다른 점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건물은 오래되었고, 공간도 우리나라의 최신 보호시설처럼 크거나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래된 시설을 충분히 보완하고도 남을 만큼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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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관 모두 직원들이 가장 자주 이야기한 것은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 표준운영절차)와 기록(Documentations)이었습니다.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동물을 돌볼 수 있도록 세부적인 절차가 문서화되어 있었고, 질병관리, 행동관리, 청소 수준, 보호동물의 상태 변화까지 모두 기록을 통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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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 앞에 가득한 보호동물 개체관련 기록들


RSPCA에서는 이러한 철학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양이뿐 아니라 개 보호구역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는데, 감염병 관리뿐 아니라 행동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개를 위해 격리 공간을 조용한 회복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진료실 역시 단순히 치료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평소 간식을 먹고 쉬며 좋은 경험을 만드는 사회화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진료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만든다."는 설명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고양이 보호장에서도 행동복지를 고려한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사람과의 접촉을 강요하지 않고, 높은 공간과 숨을 곳을 제공하여 스스로 환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습니다. 보호자가 "둘은 친한 사이입니다."라고 말하더라도 그대로 믿지 않고 실제 행동을 관찰하여 진정한 bonded pair인지 확인한다는 점 역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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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보호장은 내부 케이지와 외부 공간으로 나뉘어저 고양이에게 장소의 선택권을 제공


Cats Protection에서는 감염관리와 기록 시스템을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보호동물의 중성화 여부, 예방접종, 마이크로칩, 입양 준비 상태를 색상으로 구분한 현황판은 한눈에 센터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직원 모두가 이 현황판을 함께 업데이트하며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ebc5b8d313ce1.pngCats protection의 보호동물 관리 현황판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청소 방식이었습니다. 예전처럼 매일 보호장을 모두 비우고 소독하는 대신, 고양이의 냄새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청소하는 Spot Cleaning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대신 손잡이, 카트, 선반처럼 사람의 손이 자주 닿는 부분은 더욱 철저히 소독하여 감염을 예방하고 있었습니다. "깨끗한 시설"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환경"이 감염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센터를 안내해 주신 담당자는 "우리 건물은 오래됐지만, 그만큼 운영 방식은 계속 발전해 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영국 보호시설은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의 프로토콜을 만들어 왔고, 이제는 오래된 시설의 한계를 SOP와 운영체계로 보완하고 있었습니다. 

8ef34bf0f3064.pngCats protection 매니저,  Yaiza Gómez-Mejías박사와 함께


이번 방문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좋은 보호시설은 반드시 최신 건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설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시설 안에서 동물을 어떻게 돌보고, 어떻게 기록하며, 같은 기준으로 보호를 이어갈 것인지를 담은 SOP와 기록체계야말로 Shelter Medicine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보호동물의학연구원은 국내외 다양한 보호시설의 우수사례를 꾸준히 배우고 공유하며, 우리나라 보호동물의 의료와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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